관념/책2019. 12. 27. 00:41

 

그림 : 앙리 마티스, <미노타우로스, No. 9>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For whom the bell tolls

 

 

어니스트 허밍웨이(김욱동 역), 2012, 민음사.

 

 

 

 

 

어떤 사람도 그 혼자서는 온전한 섬이 아니다.

모든 사람은 대륙의 한 조각, 본토의 일부이니

흙 한 덩이가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면, 유럽 땅은 그만큼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 곶()이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고,

그대의 친구나 그대의 영토가 씻겨 나가도 마찬가지다.

어떤 사람의 죽음도 그만큼 나를 줄어들게 한다.

나는 인류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알려고 사람을 보내지 마라.

그것은 그대를 위하여 울리는 것이니.

 

존 던*, 비상한 때를 위한 기도문(1624)

* 17세기 영국에서 살았던 목사(성공회 사제),

형이상학파 시의 선구자

 

 

< 1>

로버트 조던 : 당신이 뛰어난 게릴라 지휘자라는 것과 공화 정부에 충성스럽다는 것, 그 충성심을 실제 행동으로써 증명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진지하고 용감한 사람이다 같은 것 말이죠.(p.29)

파블로 : 난 내가 할 일을 잘 알고 있어. 일 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목숨이 붙어 있을 놈이라면, 자기가 할 일쯤은 알고 있어야하지(p30)

안셀모 : 우린 지금 아주 중요한 임무를 띠고 여기에 왔는데, 네놈은 사는 곳을 조금도 건드리지 않으려고 인도주의의 이익보다 네놈의 여우 굴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구나. 네 인민의 이익보다도 먼저 말이다.(p31)

파블로 : 우리가 이 산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여기서 아무 짓도 하지 않기 때문이오(p31)

로버트 조던 : 그런 비애는 좋지 않아. 임무를 그만두거나 배반하기 전에 나타나는 비애지. 동지를 팔아먹기 전에 흔히 나타나는 비애 말이야.(p33)

안셀모 : 내가 보기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어. 훔치는 것, 먹는 것, 사람 죽이는 것은 잘해. 그런데 싸우는 것, 그건 못 해.(p39)

필라르 : 난 이제 이곳이 그만 진절머리가 나서. 터무니없이 사람들만 많이 모여들고. 이래서야 어디 좋은 수가 생길 리 있겠어. 이곳은 이제 구역질이 날 정도로 침체됐다.(p68)

안셀모 : 집시들을 무척이나 많이 봐 왔지. 내전이 있고부터는 더더욱 말이야. 그 사람들은 자기네 동족 아닌 인간은 죽여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 입으론 그렇지 않다고 부정하지만 그게 사실이지. 무어인과 같지.(p.84-85)

안셀모 : 전투가 벌어질 때마다 난 늘 뺑소니를 쳤어. 내가 어떻게 처신해야 좋을지 모르겠어(p.89)

로버트 조던 : 다리를 직접 보고 이리저리 생각해 본 뒤 결국 남은 문제는 단지 초소를 기습하여 다리를 폭파하면 그만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그 명령의 필요성에 대해 화가 치밀어 올랐다. 명령을 수행할 때 자신과 노인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생각하니 화가 났다. 명령을 수행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지 않은 명령이었던 것이다(p.90)

안셀모 : 혼자서 무슨 일을 하지 않는 한, 이 지방에선 녀석들을 상대해야 해(p.96)

필라르 : 이 세상에 안전이라는 건 없어. 여기서 안전을 찾고 있는 녀석들이 너무 많아서 더 위험해진거야. 지금 이 마당에 안전을 찾고 있다간 도리어 모든 걸 잃어버리고 말지.(p.110)

필라르 : 파블로의 마누라는 자신의 분노가 슬픔으로 변해 가고 모든 희망과 약속이 위축되어 가는 기분이 들었다(p.116)

로버트 조던 : 농담하는 동안에 부패가 시작되는 법이니까(p.131)

○ 필라르 : 당신은 정치에 대해선 무척 교조적이군(p.131)

필라르 : 같이 살게 된 사연? 내전이 일어난 초기엔, 그리고 그 이전에도 그랬지만, 참으로 대단한 남자였어. 어딘지 진지한 데가 있었고. 하지만 이젠 모두 끝장 나 버렸어.(p.177)

필라르 : 난 공화국에 대해 엄청난 환상을 품고 있어. 공화국을 굳게 믿고 있다는 말이지. 말하자면 신념을 갖고 있는 거야. 마치 종교적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신비스러운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듯이, 난 그렇게 공화국을 열렬히 믿어.(p.179)

로버트 조던 : 무섭지 않아요. 그런 걸 무서워하다 보면 강박관념에 빠져 무용지물이 되고 말죠(p.180)

아구스틴 : 워낙 의지가 약한 사람이라 그냥 그대로 주저앉아 있고 싶은거요. 자신의 약한 의지의 소용돌이 속에 그냥 그대로 머물러 있고 싶은 거지. 하지만 강물은 계속 불어나고 있거든요. 부득이 바꿔야 한다면, 그 사람은 똑똑하게 바꿀거요. 아직 팔팔하니까(p.189)

필라르 : 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 이렇게 이야기를 주고 받는게 문명인이 하는 유일한 일이거든(p.195)

로버트 조던 : 이 여자가 글을 쓸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적들이 우리에게 저지른 일이 아니, 우리가 적들에게 저지른 일 말이다.(p.260)

로버트 조던 :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하지만 누가 그의 생각을 검열할 수 있단 말인가? 결국 자기 자신밖엔 없지 않은가. 그는 생각을 너무 해서 패배주의자가 되고 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도 먼저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우리가 이 전쟁에 승리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고 만다(p.262)

로버트 조던 : 고개를 들어 보면 그는 울고 있었다. ...... 모든 사람이 그를 친절하게 대해 주었다. 그러나 그것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는 자신이 어떻게 되었는지, 이 문제를 해결하고 다시 군대 생활을 하는 것이 적합한지를 스스로 알아내야만 했던 것이다(p.264)

필라르 : 얘기해야 해. 서로 돕지 않는다면 우리가 뭐 때문에 이 세상에 태어났단 말이냐?(p.268)

엘소르도 : 여기서 이렇게 오랫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니까 놈들은 위험하다는걸 깨닫지 못하는거야(p.284)

귀머거리 영감 : 오늘 내가 너무 많이 지껄이는군. 하지만 이렇게 얘기해 둬야만 서로 이해할 수 있거든(p.292)

로버트 조던 : 만약 전쟁에 진다면 공화주의를 신봉하는 사람들의 삶이 비참해질 것이다(p.314)

로버트 조던 : 어쩌면 그는 기꺼이 영웅의 최후니, 순교자의 최후니 하는 것을 포기하고 싶었다. ...... 그렇다, 그는 얼마 동안 마리아와 함께 살고 싶었다. 이것이 가장 솔직한 고백이리라.(p.317)

필라르 : 파블로는 황소와 닮은 사내였다. 하지만 황소의 힘도, 황소의 용기도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것을 그녀는 이제 비로소 알게 되었다. 그러면 이제까지 지속된 건 무엇일까? 그건 바로 나야,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렇다, 난 이제까지 계속 버텨왔지. 하지만 뭘 위해서 그랬단 말인가?(p.365)

안셀모 : 이건 지나치게 엄격한 명령 탓이야. 상황이 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거든. ...... 참모들이 타고다니는 자동차의 종류는 로버트 조던이 아니고서는 구별할 수 없는 일이었고, 노인 대신에 그가 있었다면 이런 종류의 차들이 뭘 뜻하는지 잘 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 자리에 없었고, 다만 노인은 수첩 종이에다 도로를 지나간 자동차의 표식만을 그려 넣었을 뿐이다.(p.368)

안셀모 : 내가 문을 두드리면, 그리고 놈들이 모든 여행자를 검문하고 신분증을 검사하라는 명령을 받지만 않았다면 날 즐거이 맞아 줄텐데. 녀석들과 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건 명령뿐이지.(p.370)

안셀모 : 만약 전쟁 뒤에 종교가 없어진다고 해도 어떤 형식이든 살인 행위의 죄를 씻어 내는 공적인 속죄 행위가 있어야 할거야. 그렇지 않고선 진실하고 인도적인 삶의 기반을 갖추지 못할거야(p.377)

안셀모 : 그 친구도 틀림없이 많은 사람을 죽였겠지만 사람을 죽이는걸 좋아하는 기색은 보이지 않았어. 살인을 좋아하는 녀석들은 늘 타락한 면이 있기 마련이거든(p.379)

로버트 조던 : 지금 나는 혁명군을 이끄는 사람만이 즐길 수 있는, 돌발적이고 좀처럼 보기 드문 행복감에 젖어 있었다. 그것은 한쪽이 어쨌든 완전히 지탱되고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의 행복감이었다. 그래, 한 사람 말이야. 당신은 전투 때 한쪽 팔이 될 수 있어, 하고 그는 생각했다(p.383)

로버트 조던 : 우리는 그 사람들을 쳐부술 순 없어. 하지만 우리는 국민을 교육시켜서 그들에게 파시즘을 무서워하도록 할 순 있지. 그래서 파시즘이 나타나면 그것을 깨닫고 맞설 수 있는거네(p.398)

로버트 조던 : 이놈 봐라. 이제는 제법 다정하게 구는군. 바람처럼 변했구나. ...... 어쨌든 놈은 그 증오와 모욕을 우리가 그를 없애 버리려고 하는 지점까지 밀고 갔어. 그리고 그 지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닫고 이번에는 몸을 낮추어 모든 걸 새롭고 깨끗하게 다시 시작하고 있는 거야.(p.425)

로버트 조던 : 확실히 게일로드는 교육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장소였다. 그는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 일이 모두 현실적으로 실행되었는가를 이곳에서 배웠다. 전쟁 중에는 언제나 거짓말이 있기 마련이다.(p.440)

로버트 조던 : 그 사나이는 일개 사단을 전투 부대로 연마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진지를 끝까지 지킨다는 것과 적의 진지를 공격하여 점령한다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또 전쟁터에서 군대를 자유자재로 움직인다는 건 아주 다른 일이야(p.448)

로버트 조던 : 온 세계에서 압박받는 모든 사람에 대한 의무에 헌신한다는 감정이었지. ...... 진솔한 감정이었어. 전적으로 완전히 믿을 수 있는 뭔가에 역할을 맡겨 주고, 또 그 일에 종사하는 다른 사람들과 완벽한 형제애를 느끼게 해주는 감정이었지. 그래서 그것에 엄청난 의미와 이유를 부여한 나머지 이제 자신의 죽음마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끼게 됐거든. 죽음이란 다만 의무를 이행하는데 방해가 되기 때문에 피해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어. 가장 고마운 일은 내가 뭔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이었지.(p.449)

로버트 조던 : 하지만 그게 과연 타락일까, 아니면 최초의 순진성을 잃어버린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어떤 일에서도 처음과 똑같을 수는 없지 않을까? 사제는 확실히 그 마음을 간직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제 노릇을 집어치워 버릴 테니까.(p.456)

카르코프(영국인 경제학자) : 스페인인에겐 아주 이상한 데가 있어. 이 나라 정부는 막대한 돈을 갖고 있어. 하지만 정부는 자기편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주려고 하지 않거든. 넌 이 정부 편이야. 너 같은 사람은 아무 대가 없이 일만 하니 어떤 보수도 줄 필요가 없단 말이야. 하지만 세력이 있는 회사라든지, 친하지는 않지만 영향력을 미칠 나라의 대표라든지 하는 사람에겐 굉장한 돈을 뿌리지. 옆에서 가만히 보고 있으면 참 재미있어.(p.464)

카르코프(영국인 경제학자) : 좋은 부대와 나쁜 부대로 이루어진 군대로는 도저히 전쟁에서 이길 수 없어. 모든 군인을 일정한 정치적 발전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해. 또 모든 군인은 자신들이 왜 싸우고 있는지는 물론이고 그 투쟁의 중요성도 깨닫고 있어야 해. 또한 자신들이 벌이고 있는 투쟁을 믿고, 규율을 받아들여야 하지. 우린 지금 징병 군대가 반드시 갖춰야하는 규율을 인식시킬 시간적 여유도, 실전에 임했을 때 적절히 행동할 수 있도록 훈련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징병해서 군대를 편성하고 있는거야. 그런데도 우린 그것을 인민의 군대라고 부르고 있어. 하지만 진정한 인민군다운 자격도 갖추지 못하게 될 것이고, 또 징병 군대가 필요로 하는 강철 같은 규율도 갖지 못하게 될거야. 이건 참으로 위험천만한 과정이야(p.469)

카르코프(영국인 경제학자) : 발렌시아에 갔다가 기분이 좋아져서 돌아오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거야. 마드리드에서 도망쳐 간 겁쟁이들이 아직 그곳에서 권력을 잡고 있으니까. 그들은 아직도 정치적 나태와 관료주의에 안주해 있어. 마드리드 사람들을 경멸할 뿐이지.(p.469)

카르코프(영국인 경제학자) : 바르셀로나는 또 어떻고. 아직도 희극 오페라 그대로야. 처음엔 머리가 돈 사람들과 낭만적인 혁명가들으 천국이었지. 하지만 이젠 가짜 군인들의 천국이야. 군복 입는 것만 좋아하고, 목도리를 두르고 으스대고 뽐내고 싶어 하는 군인들 말이지. 말하자면 싸우는 것 빼고는 전쟁이 아주 좋다는 패들이지. 발렌시아에서는 속이 메스껍지만, 바르셀로나에서는 절로 웃음이 터져나오거든(p.470)

 

 

< 2>

○ 로버트 조던 : 아주머니가 본 건 공포와 불안이겠죠. 그 공포는 그 친구가 지금껏 겪은 일 때문에 생겼고요. 그가 불안을 느낀 건 머릿속에서 상상한 불길한 일이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p.15)

로버트 조던 : 이제 돌아가. 사람은 전쟁과 사랑을 동시에 할 순 없어(p.46)

아구스틴 : 당신은 정치니 유격전이니 하는 걸 잘 모르는 것 같소. 정치나 유격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오래 살아남는 거요.(p.71)

아구스틴 : 정말이지 인간이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란 별로 없지.(p.85)

로버트 조던 : 천만에. 얼마든지 있어요. 오늘과 내일, 전투의 결과가 어떻게 되든 날 믿어 주고, 비록 명령이 잘못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날 믿어 주는 거요.(p.85)

로버트 조던 : 전투 중에는 규율이 있어야 합니다. 많은 일은 겉으로 얼핏 보는 것과는 아주 딴판이니까. 규율은 반드시 믿음과 신뢰에서 나와야 하죠.(p.86)

로버트 조던 : 네가 죽인 사람 중에서 도대체 몇이나 진짜 파시스트였지? 극소수야. 하지만 그들은 모두가 아군과 대항하는 군대에 속한 적들이었잖아.(p.105)

로버트 조던 : 난 민중을 믿고, 민중이 바라는 대로 자치(自治)를 할 권리가 잇다고 믿어. 하지만 살인 행위가 옳다고 믿어서는 안 돼, 하고 그는 스스로를 타일렀다. 불가피하게 살인 행위를 해야 하더라도, 옳은 일이라고 믿어서는 안 돼. 만약 그렇게 믿는다면 모든 일이 그릇되고 말 거야.(p.106)

로버트 조던 : 사람을 사랑하는 데 결코 자신을 속이지 마. 남을 사랑한다는 것이야말로 보통 사람들 누구에게나 오는 행운이 아니야.(p.108)

로버트 조던 : 죽음 얘기는 집어치워, 하고 그는 자신을 타일렀다. 이런 식으로 말해서는 안 돼. 그것은 바로 우리 동지인 무정부주의자들이 즐겨 쓰는 말투거든. 사정이 악화되면 그들은 언제나 뭔가에 불을 지르고 죽고 싶어 하지.(p.109)

로버트 조던 : 이번 명령은 아주 명료해. 지나칠 정도로 명료하지. 하지만 걱정할 필요도 두려워할 필요도 없어. 만약 네가 공포라는 사치를 스스로에게 허용한다면, 그 공포심은 너와 같이 일할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염될 거다.(p.161)

로버트 조던 : 당신을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요구한 일이 없다는 거 알아? 아무것도 필요한 게 없었다는 걸? 이 내전과 전쟁의 승리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은 걸 말이야? 정말 야심이 없이 너무 순수했지. 이제까지 그저 일만 해 왔고, 지금은 당신을 사랑하고 있고. 난 우리가 싸워서 지켜 온 모든 것을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해. 자유와 존엄, 그리고 모든 사람이 일할 권리, 굶지 않을 권리를 사랑하는 것처럼 당신을 사랑해. 우리가 방어한 마드리드를 사랑하듯, 죽어 간 내 동지들을 사랑하듯 당신을 사랑해.(pp.184-185)

로버트 조던 : 스페인 사람이란 정말 대단해. 대단한 개자식들 아닌가. 그리고 또 얼마나 훌륭한 사람들인가. 이 세상에 이만큼 훌륭한 민족, 이만큼 나쁜 민족도 없을 거야. 또 이만큼 친절하고 이만큼 잔인한 민족도 없을 거야. 도대체 누가 이 민족을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나는 아니야. 만약 이해한다면 모든 걸 용서해야 하기 때문이거든. 이해한다는 건 곧 용서한다는 것이지. 용서는 기독교적 사상인데, 스페인은 기독교 국가였던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 교회는 정부와 결탁해 있었고, 정부는 언제나 부패해 있었으므로 민중은 교회에서 이탈해 버렸어. 이 나라야말로 종교개혁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유일한 나라였거든. 그들은 이제 그 이단 심문에 대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거야.(p.197)

장군 : 그 사람은 전쟁에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 없어. 인민을 믿지 못하고 어떻게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겠는가?(p.205)

안드레스 : 만약 아버지가 공화당원이 아니었다면 엘라디오나 나나 지금쯤 군인이 되어 파시스트 군에 들어가 있을 테지. 놈들의 군인이 되었다면 아무 문제 없었을 거야. 그저 명령대로 움직였겠지. 살게 되면 살고, 죽게 되면 죽는 거겠지. 결국 될 대로 되는 거지. 정권 밑에서 살아가는 편이 정권에 맞서 싸우는 것 보다는 훨씬 쉽거든.(p.219)

안드레스 : 게릴라전이란 것은 참으로 책임이 무거운 거야. 걱정하기 시작하면 걱정거리가 너무 많아. 난 내 대의명분을 진정으로 믿으니까 부질없는 걱정은 하지 않아. 하지만 게릴라전이란 참으로 책임이 무거운 생활이거든. 생각해보면 우린 정말 살기 힘든 시대에 태어났어. 인간은 어차피 고통과 싸우게 태어났으니 고생이 없을 수는 없지. 그렇지만 지나치게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은 이런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아. 하지만 이제는 어려운 결심을 해야 할 때야.(p.219-220)

로버트 조던 : 하룻밤의 달콤한 잠은 더없이 소중한 가치가 있는 게 아니던가? 당신은 하룻밤 푹 잔 거야. 이 선물이 손가락에 낀 반지처럼 늘 당신 몸에 붙어 있을 수 있을까? 잘자, 귀여운 아가씨. 잘 자, 내 사랑. 당신을 깨우지 않겠어. 이게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모든 것이거든.(p.226)

안드레스 : 위험한 아이들 같은 이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럽고 교활하고, 규율이 잡혀 있지 않고, 친절하고 선량하고 바보 같고 무지하지만 무장하고 있어 언제나 위험천만했다. 안드레스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그저 공화국에 충성을 다할 따름이었다. 그들이 하는 얘기는 제법 근사하고 훌륭한 것 같지만 어쩐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 놈들이 깔긴 것을 땅에 묻지 않는 게 자유는 아니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고양이는 제가 깔긴 것을 묻을 줄 아니까. 고양이는 가장 훌륭한 무정부주의자야. 네놈들이 고양이한테 그것을 배우기 전까지는 네놈들을 존경할 수 없어.(p.236)

로버트 조던 : 우리는 알고 있어야 할 일들을 얼마나 많이 모르고 있는가? 나는 오늘 죽지 않고 더 오래 살고 싶구나. 이 나흘 동안 삶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 난 노인이 되어 진실로 삶에 대해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인간이란 언제까지나 계속 배워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마다 정해진 양밖에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일까? 아무 것도 모르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좀 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는데(p.243)

마리아 : 당신이야말로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죠.(p.243)

로버트 조던 :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 하고 그는 생각했다. 교육치고는 아주 미미한 초보 수준을 받았을 뿐이지. 삶이란 무척 즐겁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p.243-244)

로버트 조던 : 안 돼. 이렇게 화를 내서는 안 돼. 화를 내는 건 겁을 집어먹는 것만큼이나 해롭거든.(p.251)

파블로 : 엘소르도 영감 일이 있은 뒤 여러 모로 생각했지. 어차피 끝낼 일이라면 우리가 함께 끝내야 한다고.(p.260)

필라르 : 그래서 돌아왔다 이거지? 그렇다면 환영하지. 당신이 겉보기처럼 그렇게 쓸모없는 사람일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어.(p.261)

파블로 : 그런 짓을 하고 나니 어찌나 쓸쓸한지 견딜 수가 없었어.(p.261)

로버트 조던 : 파블로가 동굴로 들어와서 사나이 다섯을 데려왔다고 말했을 때부터 로버트 조던은 기분이 좋아졌다. 눈이 내린 뒤부터 작전 전체가 파묻혀 버린 것처럼 보이던 비극의 패턴이 깨졌기 때문이다. 파블로가 돌아온 뒤로 그는 운명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사태가 모두 호전되어 이제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p.265)

작가 : 이것은 그가 지닌 최상의 자질이며, 전투를 하기에 알맞은 재능이기도 했다. 제아무리 나쁜 결과가 될지라도 그것을 무시해 버리는 것이 아니라 경멸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이 자질이 다른 사람에 대한 지나친 책임감이나 서투른 계획, 잘못된 계획을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필연성 때문에 엉망이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며칠 동안 그는 또 다른 인간과 한마음이 됨으로써 자신이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이것이 예외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예외를 우리가 누렸던거야, 하고 그는 생각했다. 이 점에서 난 참으로 행운아였어. 어쩌면 내가 그것을 구걸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어졌는지도 몰라. 그건 빼앗기거나 잃어버릴 수 있는게 아니거든. 우리에게 남아 있는 것이라곤 오직 임무 뿐이야.(p.266)

안드레스 : 우리 군은 지금도 당신같은 사람들 때문에 부패하고 있어요. 장교님 같은 직업 군인 때문에. 하지만 언제까지 이대로는 안 될 거요. 우린 지금 무식한 사람들과 냉소적인 사람들 사이에 끼어 꼼짝도 못하고 있죠. 하지만 곧 한쪽은 교육시키고, 다른 한쪽은 몰아낼거요.(p.274)

고메스 : 그는 이 노인(앙드레 마르티*)을 정치 집회에서 본 적이 있었고, <노동세계>에 실린 그의 논문도 읽은 적이 있었다. 그는 이 노인을 흑해에서 일어난 프랑스 해군 폭동을 지휘한 현대 프랑스의 위대한 혁명가로 알고 있었다. 그러나 나이를 먹은 데다 실망과 가정 문제와 정치적인 고민과 좌절된 야심 탓에 이 노인이 지금 어떠한 인간으로 변해 있는지, 또 그에게 뭔가 물어본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잘 알지 못했다.(p.305)
* 앙드레 마르티(1886-1956) : 프랑스 공산당에서 활약한 인물로 스페인 내전 중 국제 여단을 조직하여 지휘관으로 활약했다.

안드레스 : 지금 전선에는 그 공격을 취소할 권력을 쥔 사람이 없다. 이제 와서 갑자기 공격을 중단하기에는 전쟁이라는 기계가 너무 오래전부터 작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규모이건 군대의 작전이란 모두 엄청난 관성이 따르게 마련이다. 일단 이 관성을 극복하고 작동하기 시작하면 그것을 멈추게 하기란 그것을 시작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p.317)

카르코프 : 카르코프는 자신이 직접 접근할 수 있는 데서 오는 선(), 인간적으로 남에게 도움이 되도록 간섭할 수 있다는 데서 오는 선을 믿고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그가 결코 냉소적인 태도를 취할 수 없는 한 가지 일이었다.(p.321)

로버트 조던 : 왜 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거지? 너무 오랫동안 방어전에만 참여했기 때문에 승리를 생각할 수 없는 거야.(p.330)

로버트 조던 : 군인들은 군인으로 계속 남아있기 위해 그 비애감을 증오심으로 바꾸게 마련이다. 일단 그 일이 끝나자 그는 외롭고 쓸쓸하고 침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눈앞에 보이는 사람마다 증오심을 느꼈던 것이다(p.358)

필라르 : 싸움터에서는 언제나 자아를 잊어버려야 하거든. 그런 곳에서는 자아란 있을 수 없어.(p.359)

로버트 조던 : 일어나. 이제 당신은 나이기도 한거야. 당신은 미래의 내 모습이기도 해. 일어나.(p.389)

로버트 조던 : 이 세계는 아름다운 곳이고, 그것을 위해 싸울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지. 그래서 이 세계를 떠나기가 싫은 거야. 이렇게 훌륭한 삶을 보낼 수 있었으니 넌 행운아였어.(p.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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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문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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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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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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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12. 15.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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