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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Larry Crowne : '포레스트 검프'가 지닌 힘은 당신에게도 있다

by 문슝1324 2011. 8. 19.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 한다. 근데 우리나라의 배급사들은 감독의 의도를 무시한 채 사람들이 좀 더 영화관에 많이올 수 있도록 제 멋대로 내용을 편집해서 소개한다. <벼랑위의 포뇨>도 애들 나오는 애니메이션이라고 포뇨와 소스케의 사랑을 우정으로 그렸으며, 오늘 내가 얘기하고 싶은 <래리 크라운>도 긍정의 힘을 지닌 용자를 표현하는 한 남자 이야기가 아니라 까칠한 여교수랑 만난 운 좋은 실직자의 이야기로 격하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에 <로맨틱 크라운>으로 알려진 <Larry Crowne>을 다시 해석해보려고 한다.

스포일러 다분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앞서 말했듯이 영화는 작가의 예술이 아니라 감독의 예술이기 때문에 스포일러 있어도 괜찮다고 본다. 내가 이 영화에서 느낀 기운은 영화를 직접 봐야 느껴지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큰 줄거리는 이렇다.
유마트에서 우수사원으로 10년이상 근무한 래리 크라운이 하루 아침에 짤렸다. 대학 졸업을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모든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그는 진열장에 약간 튀어나와 있는 유리병을 지나치지 못한다. 이건 결벽증이라서가 아니다. 이렇게 배려돋는 그는 마트 외에는 다른 일을 생각하지 않았다. 실직 후 몇몇 서비스직종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나이많은 그를 써줄리 없다.

주택대출 빚이 남아있는데 실직한 그에게 걱정이 쌓여간다. 주유소에서 차에 주유를 하던 어느 날, 쭉쭉 올라가는 기름값을 보며 한숨쉬고 있던 중, 스쿠터 탄 젊은이들이 아주 싼 값에 주유를 하고 붕~ 떠나는 모습을 본다. 그 모습을 보고 래리는 차를 팔고, 중고 스쿠터를 산다. 그리고 잘 기억은 안나지만 어찌하다가 집 주변에 있는 전문대학에 입학해서 '스피치 : 일반대화의 예술'이라는 수업과 '경제학1' 강의를 수강한다.

늦깍이 만학도인 만큼 래리는 수업을 성실히 듣는다. 스피치 수업은 줄리아 로버츠가 교수인데,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상태이고 학생들의 무개념에 분노한다. 포르노 봤으면서 글 쓰고 있다고 뻥치는 작가 남편에도 항상 짬뽕나 있어서 일상 자체에 낙이 없고 세상 사람들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렇지만, 수업마다 관심(care)을 모토로 가르친다. 관심은 모든 관계의 시작이다. 또한 내가 관심있어 하는 것들은 그 자체로 내가 된다. 그러니 줄리아 로버츠는 관심갖고 살고싶어도 주변 상황이 전혀 관심가질 것들이 아니니, 매너리즘과 분노에 휩싸여 있을 뿐이다. 


래리가 수강하는 또 다른 과목인 경제학 수업은 동양계 나이든 교수가 강의한다. 자기가 쓴 책으로 수업을 하고, 자신의 경제학 강의를 매우 자랑스럽게 여기는 자뻑 교수이다. 어느 정도냐면 "내 교재를 다 떼면 세계를 거머쥐는거죠"라고까지 말한다. 게다가 수업을 다 듣고나면 인생이 달라진다고 단호히 주장하기도 한다.

그 교수의 강의 중에 인상깊었던 것은 "경제는 파산의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파산에 따른 악재도 있는 반면 호재도 있다고 하였다. 근데 그게 뭔지는 영화에서 얘기해주지 않는다 ㅠㅠ 이 수업을 들은 래리는 대출로 산 집을 팔겠다는 결심을 하게되고, 대출담당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래리는 집을 팔고 빚을 청산했다. "경제학1 수강생이라면 매몰차지만 공정하다고 할걸요"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결국 이 경제학 수업은 정말 수강생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리고 그 경제학 수업을 같이 듣는 매력녀 '탈리아'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스쿠터파의 수장(?)인 굉장히 발랄하고 주체적인 여학생이다. 래리랑 친하게 지내는 그녀를 보고 남자친구가 질투를 할 정도라면, 그녀가 얼마나 개방되어 있고 열려있는 사람인지 알 수 있다.

그녀는 아빠뻘인 래리를 살뜰히 챙기면서 그를 변화시킨다. 래리의 장점을 극대화시켜준 건, 줄리아 로버츠가 아니라 탈리아라고 단언할 수 있다. 그리고 다소 과할 수 있는 탈리아의 제안들을 받아들이는 래리의 열린 마음을 탈리아는 소중하게 여긴다.

톰 행크스가 주연을 한 <포레스트 검프>를 보면, IQ75의 부진아가 별 뜻 없이 한 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은 희망과 용기를 받는데, <래리 크라운>에서의 탈리아가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이다. 포레스트 검프의 캐릭터의 진화된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았다. 할 수 있다는 존재의 힘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똑똑하고 열정적이고 적극적인 매력을 지닌 캐릭터인데, 감독으로서 톰 행크스는 포레스트 검프 캐릭터를 한 배우로서 탈리아의 캐릭터를 만들 때 상당한 의미부여를 하지 않았을까 싶다.


래리와 탈리아는 이 영화에서 상징하는 바가 큰 대표적인 캐릭터이다. 이 둘은 어떤 상황이든지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어나가는 용기와 힘을 가지고 있는데, 이 둘의 긍정의 힘이 변화시킨 주변사람은 한 둘이 아니다. 이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건 내 블로그에서 무의미한 일이다. 이 영화평을 쓰는 이유는 래리 크라운 영화를 줄리아 로버츠와 톰행크스의 사랑이야기로 치부하지말고, 이 영화의 메세지인 래리, 탈리아의 능력과 힘을 얘기하려는데 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 패쓰!

실제 이 영화의 주인공이면서 감독인 톰 행크스도 이런 사람들의 에너지가 이 사회에 강력한 아우라로 퍼져나간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냉소주의와 싸우는 영화입니다. 사람들은 원래 낙천적입니다. 하지만 때론 냉소주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선택을 해야만 하죠. 난 오늘날의 냉소주의에 맞서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이 영화의 처음은 실직한 어떤 남자에게서 시작해 끝에는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최고가 무엇이었는지 깨닫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냉소는 우리 인생에서 별로 소용이 없죠

자신의 삶을 다시 시작하려고 기다리려는 사람이 아니라 어떻게 일이 잘못됐는지 고민하고 다시 일어날 방법을 생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냈어요. 인생에 여유있고 뭐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뭐든 할 수 있을 거 같았던 사람들을 통해 에너지를 얻었고, 저의 경험을 영화로 만든거라고 할 수 있어요.


 

어느 기자가 얘기했듯이, 톰 행크스가 이 영화에 담은 메시지는 금융위기 이후 위기에 처한 미국을 향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돈 없는 사람은 일하지 말라면 하지 않아야하고, 주택대출해줄테니까 좋은집 살려면 이자를 잘 내야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인 미국에서는 자기 자신이 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러한 용기와 깨우침은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는걸 강조한다.

엄혹한 상황이더라도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는 것! 
그 엄혹한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추악한 실체를 표면위로 올려놓을 수 있을 실력을 갖춰야한다. 는걸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