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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영화

파리에 가고 싶다 : 영화 <Midnight in Paris>

by 문슝1324 2012. 3. 5.



나는 유럽의 나라들의 감성이 이상하리만큼 잘 와닿는다. 여러 매체에서 유럽보다 뉴욕, 시애틀을 더 많이, 더 먼저 접했지만 그다지 가고 싶다는 감응을 받지는 않았다. 근데 정말 이상하게도 유럽은 자꾸 내 마음을 이끈다. 이 중에서도 점점 갈수록 프랑스와 참 많은 인연이 있다는 것을 느낀다. 

목수정이 그렇고, 우석훈이 그렇고, 나를 예뻐해주시는 우리나라 경제지리학의 원조인 형기주 교수님도 프랑스 유학파다. 히히 영화감독인 미셸 공드리도, 어릴적 동심을 키워준 삽화가 장자끄상뻬도, 반 고흐의 작품활동 공간도, 칼 마르크스가 이주한 곳도 모두,
다!
원래 나는 해외여행에 그리 큰 갈망은 없었는데, 이 운명 같은 프랑스는 사정이 좀 다르게 되었다. 외국에 한 달 정도 머무르면서 굉장히 평범한 일상처럼 살아보고 싶은 소망이 처음으로 생겼다.

이번 주말에는 논문쓰다가 머리를 식힐겸 영화를 찾다가 <Midnight in Paris>라는 영화 제목과 포스터를 보고, 이 또한 운명을 느끼며 한 치의 의심없이 시간을 투자했는데, 역시나 였다! 대박! 이 영화 주인공이 나와 아주아주아주 비슷한 사람이더라!

이 영화의 주인공인 길(오웬 윌슨)은 위대한 고전소설이 될만큼 멋진 작품을 쓰고자 고뇌하는 작가이다. 파리라는 그 공간 자체에서 뿜어나오는 예술적 영감을 얻고자 노력하고, 파리에 오랫동안 머무르고자 한다. 그러던 중 혼자 파리의 밤거리를 배회하다가 길을 잃고 자정을 알리는 교회의 종소리와 함께 나타난 오래된 자동차를 타면서부터 진정한 파리를 여행하게 된다.

그 자동차를 타고 내리면 길이 그토록 꿈에 그리던 헤밍웨이, 피카소, 아드리아나 등 1920년대의 프랑스 출신의 작가, 예술가들이 나타나 그와 술잔을 기울이며 삶과 사랑을 논한다. 주인공 길은 그 거장들에게 자신의 소설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으면서 그들에게 조언과 충고 등 풍부한 자극을 받는다. 키~~야!

이 과정에서도 특히 내가 감명받은 대사는 길의 소설을 읽은 작가 거트루드 스타인이 한 말에 있다. "예술가는 절망에 굴복하는게 아니라 허망한 존재에 대한 치료약을 주는 일을 해야한다"이다. 당시 젊은 작가들과 예술을 논하고 예술운동을 이끈 소설계의 대모인 거트루드 스타인의 말처럼 내가 요새 고전 예술에 빠져있는 이유는 그 때문인 듯하다. 이렇듯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거장들은 많은 이들에게 그 자체로 의미가 되기 때문에 위대하다. 

이 위대한 사건 속에서 길은 그들에게 받은 예술적 영감과 더불어 피카소의 연인이었던 아드리아나와도 사랑에 빠진다. 아주 지대로 파리를 누린다. 그리고 길이 1920년대를 고대하듯이 아드리아나가 고대하는 1890년대인 황금시대로 함께 시간여행을 가게된다. 그곳에서 고갱을 만나게 되며, 고갱은 또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적 영감을 갈망하고 있었다.

영화는 끝으로 갈수록 '왜 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에 만족하지 못하고 과거의 영광을 쫒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그래서 영화에서 보여주는 파리의 낭만적인 경관에 푹~~ 빠져 있다가 영화의 마지막에 우디 알렌이 주는 교훈에 '낚였다' 싶기도 했다. 낭만적 감응을 방해하긴 했지만, '현실은 허구를 동경하고, 허구는 현실을 동경한다'는 철학으로 영화를 대해 온 그의 결이 좋기 때문에 패쓰!

앗! 알아보니 우디 알렌의 아내가 한국인 순이라네!
아~~~
나도 프랑스를 함께 느낄 남자를 만나고 싶다~~~~~~~~~~~~~~~~~~~~~